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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은 튼튼해야 한다, 눈길을 끌어야 한다, 통합이미지 관리의 공식에 맞게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등등 내가 디자인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쇼핑백은 기능에 더 충실했다. 하지만 최근 몇몇 프로젝트를 통해서 쇼핑백은 더 이상 무언가를 담는 튼튼하고 매끈한 그릇이기보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걸어다니는 미디어’로서 그 기능이 진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쇼핑백 안 물건뿐 아니라 쇼핑백 자체가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메시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살아 있는 쇼핑백. 이제는 담는 가방이 아니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지난해 연말, 모 클라이언트의 연간 제안사항이었던 쇼핑백의 가장 큰 미션이자 이슈는 ‘쇼핑백 아닌 쇼킹백’이었다. 특정 대상에게 전해지지만 결국은 걸어다니는 강력한 홍보수단인 쇼핑백은 불특정 다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게릴라성 미디어이기도 하다.
글ㅣ 소선하 쏘크리에이티브 대표 사진ㅣ 황미나 베이스팩토리
굿 윌(good will)뿐 아니라 굿 센스(good sense)까지 최근 디자인 요소 가운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키워드가 ‘펀(fun)’이다. LG전자 쇼핑백 제안에서 동심을 자극하는 실뜨기 놀이를 메인 이미지로 끌어냈다. ‘삶에 즐거움을 주는 전자’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손에 걸쳐 있는 코퍼리트 컬러 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실뜨기의 단계별로 손 그림 모양에 따라 끈이 달라지는 아이디어였다. 또 하나의 라인으로 제안했던 쇼핑백은 캠페인 주제어를 시리즈로 쇼핑백에 담아낸 것으로, ‘No Smoking, No War, No Problem’ 등에서 같은 곳이나 같은 단어에 심볼마크를 넣어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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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상징, 라벨 태그(tag) 전시부스 홍보물의 단골 메뉴는 대부분 쇼핑백이다. 하지만 많은 부스에서 쇼핑백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제 예쁘거나 새롭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된다. 제작물에 많이 활용되는 태그는 쇼핑백에 부착해도 색다른 멋을 준다. SK텔레콤 홍콩 전시 쇼핑백 제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메인 모티브인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주얼을 그래픽 요소로 하고 쇼핑백 모서리에 붉은 빛 라벨 태그를 부착해서 신뢰감을 더했다. 하우징페어에서 주택자재 브랜드 홍보용으로 배포했던 쇼핑백은 라벨 태그뿐 아니라 소재가 독특하고 세련된 것이라 오래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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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티브에서 탄생한 패키지와 쇼핑백 아이덴티티라는 숙명의 상황 속에서 쇼핑 백은 각각 고유의 법칙에 따라 나름의 색과 옷을 입게 된다. 디자인의 고급화에 따라 쇼핑백에도 가공이나 인쇄의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는 데 그래픽 모티브나, 컬러, 또는 가공의 요소가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패키지와 쇼핑백은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과 다른 기능이라는 색다름으로 어우러지기도 하고 구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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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로 표현된 아름다운 쇼핑백 전용서체로 광고용 카피로 꾸미는 쇼핑백은 글꼴 자체가 비주얼 파워를 발휘한다. 우리 글꼴을 널리 알리는 대한민국 쇼핑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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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변경, 포스터 쇼핑백 물건을 담는 기능은 포기한 채 미디어로서만 활용했던 쇼핑백도 있었다. 바로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쇼핑백. 실제 쇼핑백을 포스터로 부착하여 그 안에 행사 내용을 고지한 성냥갑을 듬뿍 넣어 목표 대상에게 발송하였다. 재질 또한 크래프트지와 스노우화이트 2가지 종류로 소재를 달리하여 구현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쇼핑백은 가방을 빙자한 명백한 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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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활용한 포인트 쇼핑백의 틀을 벗어나고 싶을 때 형태뿐 아니라 소재가 주는 한계에서 탈출해봐라. 바로 엄청난 시각적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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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은 오늘도 외출을 한다. 아이디어와 감각이 스멀거리는 쇼핑백은 나에겐 명품가방 부럽지 않은 심리적 만족을 준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과 목표대상의 성향. 이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하자. 그리고 여기에 감각이라는 묘약을 타라. 그렇게 해서 탄생한 100% 재활용 쇼핑백의 사랑스러운 반란에 주목하자.
| | 2008-05-06 오전 9:44:09 |